나의 실크로드 여행은 3번째로 하서주랑, 천산북로, 천산남로, 15일 일정으로

감숙성 천수에서 신장위구르자치구 카스의 파미르고원까지이다.

작년 겨울 서안에서 돈황까지 여행을 할 때 더 잇고 싶었던 길을

이제 거대한 땅,

현장법사와 왕오천축국전에 나오는 혜초스님의 발자취를 따라 가보는 서역기행 일정을 선택했다.

혜초스님의 인도로 가는 길은 흑산도를 출발하여 중국땅 광저우를 거쳐 말레이반도를 지나 인도로 가는 해로였고

돌아오는 길이 육로였다.

봄이다,

움트는 봄.

여행! 내 안에는 벌써 봄이 도착하여 무뎌진 설렘이 되살아나고 연둣빛이 번지고 있다.

이른 봄 눈록의 빛깔은 묵은 세월 저편에서나 있을

일흔의 나이에 가당치도 않은 “풋”이라는 접두사가 중첩된 기분으로

긴 세월 바람과 모래에 시달린 타클라마칸 사막 종단에도

하늘마저 청명하여 걱정 한 줌 없는 듯 즐거움이 배가 되어

일정 동안 마주했던 문화와 비경들의 이미지를 보이고자 후기를 올려보기로 했다.

고대 교역로, 그 길 위에서 수천 년 전의 시간을 얼마나 마주할 수 있으며

멀고도 험난한 옛 무역의 길을 무사히 다녀올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앞섰지만 기대를 부풀리며 출발을 했다.

서안공항에 도착하여 점심을 먹고 9일 일정팀 5명, 15일 일정팀 6명이 함께 서안 한양릉을 방문하였다.

한나라 6대 황제, 한무제의 아버지 한경제의 합장릉을 관람할 때

지하 갱 위를 유리로 덮어 그 위를 걸어가며 발굴 당시의 그대로 보존된 유물을 볼 수가 있었다.

토기, 토우, 기와, 동물, 순장갱 등등이 많은 유물이 있고 한나라 때 순장은 작은 토우로 만들어 대체했다고 한다.

주변에 넓은 발굴 예정지를 뒤로 하고 서안북역으로 이동하여 고속철을 타고 감숙성 천수로 향했다.

중국 신화 속의 사람의 머리에 뱀의 몸을 가진 태호 복희의 출생지라는 천수에서 전설을 들으며 진령산맥에 위치한 맥적산으로 이동했다.

중국의 4대 석굴 중의 하나라는 맥적산 석굴은 유네스코에 등재된 문화유산으로 1.600년 이상의 역사를 지녔다.

붉은 사암으로 된 커다란 봉우리의 벼랑에 내달아 만든 계단을 오르며 석굴과 진흙으로 만든 석불과 조상을 답사했다.

석굴에는 석상이 7.000여 점이 있다는 안내문을 번역기로 읽고

계단을 밟아 올라가 오랜 세월을 지나도 남아있는 마애불의 미소와 문수보살을 만났다.

중식 후 천수역에서 고속철을 타고 난주에 도착하여 “오리구이”로 저녁을 먹고 다시 버스를 타고 영정으로 출발했다.

난주시는 황허가 관통하는 도시이고 높은 해발과 터널과 돌과 모래가 섞인 땅이라는 고비탄으로 된 삭막한 산에

마른 풀 포기들이 띄엄띄엄 박혀있고

이따금 지나치는 나무들은 황하의 물을 끌어 올려 키우는 것이라고 한다.

황하를 따라 영정에 도착하여 황하명주호텔에서 하룻밤을 묵었다.

유네스코에 등재된 명령사로 가는 길은

황하 부두로 이동하여 보트를 타고 황하 석림의 장관을 감상하며 이동한다.

백년하청이라 하였지만 이곳에서 본 황하는 푸르고도 맑았다.

황하도 발원지를 떠날 때는 맑은 물이 시작되었겠으나 강물이 누런 것은 황토고원의 영향이다.

끝도 없이 이어지는 황토고원의 영향으로 감숙성은 황톳빛 일색이다.

암벽에 위치한 병령사는 티베트어로 천불동을 의미하며

강을 따라 암석과 함께 절벽에 조성된 183개의 석굴과 불탑이 있고

벽화들은 번호를 붙여 관리를 하고 있었으며 특히 169굴 밑으로 명령사를 대표하는 미륵대불이 있다.

미래에 오실 부처님!

계산하기도 어려운 까마득한 시간 그 억겁을 지나면 강림하시는지요?

중국과 서역을 잇는 실크로드 길목의 병령사 석굴의 많은 불교문화의 발자취를 돌아보고

난주역에서 3시간여 고속철을 타고 하서주랑 구간 중 장액으로 이동했다.

장액에서 첫 일정은 시내에 있는 대불사 방문이다.

중국에서 실내 와불상으로는 최대 규모이고 와불상 길이가 34.5m이고

대불전과 전시관을 둘러보았다.

칠채산 단하지모를 감상하러 임택으로 이동을 했다.

지질운동으로 생긴 칠채산은 이름 그대로 여러 색을 띠고 있는 장액단하국가지질공원으로 세계자연유산이다.

하루종일 둘러보기에도 모자라는 큰 규모의 칠채산이었다.

사진을 찍는 시간대를 맞추거나 비가 그친 후에 왔으면 색감이 좀 더 짙었을 텐데

눈을 사로잡는 대자연의 연출은 기대에 못미쳐서 빛바랜 칠채간의 풍경으로 저장되었다.

칠채산을 나와 3시간을 이동하여 가욕관으로 왔다.

가욕관을 두고 있는 난주시는 고대 실크로드의 통로이며 황하가 흐르는 하서주랑의 한 도시로

만리장성의 중요한 관문은 동쪽 끝에 산해관이 있고 서쪽 끝에는 가욕관이 있다.

제1관문 천하제일 옹관 성문을 들어서는데

황사까지 들고일어나 가욕관에 온 우리 일행을 격하게 환영하듯? 모래바람이 휘몰아쳤다.

잠시 후 멈추었던 모래바람은 반복되었으나

누각과 옹성과 성문을 둘러보고 나와

서역으로 가기 위하여 장액 시내로 이동했다.

난주에는 절벽을 두 손 짚어가며 기어올라가야만 답사할 수 있는 마제사 석굴과

황하제일교, 백탑사, 란주박물관, 란주우육면을 맛있게 먹었던 지난 여행을 회억하며

4시간 30분을 버스로 이동하는 길에

고비탄으로 덮인 풍경과 1.000km나 되는 기련 산맥의 만년 설산을 내다보며 돈황으로 이동했다.

아름다운 명사산은 초승달 모양의 월하천 오아시스와 낙타 타기 체험의 일정이다.

명사산 모래언덕을 올라 본 적이 있는데

중간쯤까지는 대나무를 엮어 늘어뜨려 계단처럼 밟고 오르다가

그마저 끝이나 두 발로 정상으로 내딛는데

자꾸만 발이 빠지고 미끄러져 제자리걸음이 되어 두 손을 짚어가며 매우 힘겹게 올라갔었는데

이번에는 맨발로 정상까지 놓인 나무 계단을 이용하여

앞사람들의 뒤를 꼬리를 물고 올라가 능선을 타고 이동하여 내려오는 길에

사막 안에 오아시스로 초승달 모양이 뚜렷한 월아천을 폰 샷으로 남기며

고운 모래언덕을 미끄러지듯이 스르륵 수월하게 내려왔는데

더러 썰매를 타고 즐기며 내려오는 사람들도 있었다.

명사산 아래 초승달 모양의 월아천이다.

명사산은 바람이 불면 모래가 날리면서 소리가 난다고 붙여진 이름이고

바람이 불면 능선의 모양이 바뀐다고 한다.

낙타를 타고 아름다운 능선으로 오르는 체험도 하였다.

돈황의 야시장에서 기념품과 먹을거리를 둘러보았으나

가이드님은 날마다 맛있는 메뉴들로 과식을 촉진시켜 눈요기로만 마치고

돈황 태양대주점에서 친절한 서비스로 숙박을 하였다.

둔황의 대표 관광지 막고굴로 가는 길에는 눈이 내리고 있다.

호텔에서 전용버스를 타고 디지털센터에 내려서 외국인은 번역이 되는 이어폰을 받고 들어가

40분 정도 막고굴에 대한 2종의 영상을 보아야만 막고굴 관람을 할 수가 있는데

3D로 보는 석굴 영상은 화면크기와 360도 회전 촬영 기술은 정말 놀라웠다.

또다시 셔틀버스로 막고굴까지는 20분 정도 이동하였다.

전체 735개의 석굴 중에서 492개의 석굴에 벽화와 불상 등 유적과 유물이 있는데

한국과 관련된 석굴은 61호굴과 355굴의 벽화에 신라시대 사신단의 모습을 볼 수가 있다고 하지만

이번 여행에 공개한 석굴은 8개만 볼 수 있었고

61호와 355호는 관람이 포함되지 않은 석굴이어서 아쉬웠다.

막고굴에 가장 많은 벽화는 아미타불이 계시는 극락정토이다.

불자가 아닌 나는 극락정토를 마음 밖으로 두지 않는다.

돈황을 뒤로하고 버스를 타고 유원으로 2시간 이동하여

유원역에서 고속철을 타고 3시간 가까이 이동하여

신장위구르자치구 투루판에 있는 선선북역에 도착하여 여정을 풀었다.

쿠무타크 사막 풍경구.

쿠무타크 사막에서 일출을 보려고 아침 일찍 숙소를 출발하였다.

지프를 타고 모래 언덕을 올라가는데

경사진 곳에서도 속도를 높이는 지프차가 곤두박질칠 것 같아서 조마조마했지만

내려서니 사막의 능선 너머에서 흐릿하게나마 일출이 시작이 되고

고운 모래밭에 햇살이 부드럽게 부려진다.

바람결에 만들어진 물결무늬 곡선이 매우 아름다운 사막투어였지만

바람이 심하게 불고 날씨가 얼마나 추운지 조금이라도 더 버틸 수가 없었다.

이제 투루판으로 이동하여 화염산맥과 협곡을 따라 천불동으로 왔다.

붉은 사암으로 이루어진 화염산은 서유기 배경으로도 유명하며

삼장법사와 손오공 저팔계, 사오정과 함께 인도로 가던 중에

화염산에서 우마왕과 격전을 치른 전설을 품고 있다.

옛 고창국의 왕가사원이었던 계곡 절벽에 위치한 베제크리크 천불동,

석굴 안의 불교 벽화는 서구 열강의 약탈로 인하여 떼어간 벽화들은

독일, 인도, 러시아. 일본의 박물관에 소장되었으며

일본 승려가 약탈해온 유물 일부가 한국 국립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다고 한다.

현재 석굴의 벽화는 온전한 것이 없고

떼어낸 흔적과 훼손된 상태로 일부만 남아 있었는데

석굴은 대부분 촬영이 금지되어 마음속에 담는다.

트루판 최대의 불교성지, 천불동석굴.

교하국의 옛 도시 터, 교하고성으로 갔다.

교하고성은 고대 중앙아시아의 두 개의 강이 만나 흐르는

마치 해자를 두르고 있는 요새처럼 지형이 버들잎을 닮았다.

표면을 파내어 진흙으로 된 고성의 찬란했던 불교문화는 풍화를 거쳐 폐허되어 방치된 듯 하다.

카얼정.

투루판 서쪽코스 관광으로 천산산맥에서 내려오는 물을 끌어들인 카얼정운하는

우물과 지하수로를 만들어서 물을 저장하고 공급하는 관개시설이다.

전체 연장 길이는 5.000km나 된다.

중국에서 경항운하와 만리장성과 함께 중국 고대 삼대공정이라고 한다

.

백양나무 가로수 사이로 보이는 광활하고 척박한 땅에

포도밭과 과일건조장과 위구르족이 사는 주택과 마을을 감상하며 투루판을 떠났다.

우루무치로 3시간 정도 버스를 타고 이동하며

차창으로 본 아시아 최대의 풍력발전소와 호수를 보며 다시 한번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천산 천지는 천산산맥에 위치한 고산 호수로

셔틀버스로 오른 후에 전동차를 타고 천지로 이동했다.

백두산 천지에 견주지는 못해도

해발 1,900m가 넘는 만년 설산을 두른 못은 꽁꽁 얼어서 호수 주변을 트래킹으로 대신했지만

하절기에는 유람선을 타고 호수 위를 돌며 만년 설산의 절경을 감상할 수 있다.

우루무치 바자르

위그르족들이 즐겨먹는 화덕빵이다.

가이드님이 사주셔서 담백한 빵맛을 즐기며 바자르를 구경했다.

우루무치에서는 시장 구경도 보안검색대를 통과해야 입장을 할 수 있다.

이곳은 신장성이므로 주변에 장갑차도 보이고 경찰들도 서있지만 편안하게 돌아볼 수 있었다.

이렇게 11명의 일행을 함께한 일정은 우루무치에서 끝나고

공항에서 아쉬운 작별을 한 후 다섯 분은 국내선을타고 서안으로 이동하고

남은 15일 일정팀은 신장위구르 박물관으로 가서 신장 소수민족의 유물과 미이라를 관람하고

한식으로 충전을 한 후에 쿠차로 가기 위하여 공항으로 이동했다